[ 아시아경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일이고, 그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세계 경제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진 역량과 자본, 기술 등 힘을 합치면 위기를 이겨낼 새 희망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 후보는 "과거처럼 경제, 산업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고, 민간이 전문성과 역량을 통해 이끌어가면 정부는 충실히 뒷받침하는 '선도자' 방식으로 가야 현재의 경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고등이 켜진 대한민국 경제는 과거 성장 방식을 넘어선 새 성장 모델이 꼭 필요하다"면서 "새 성장모델로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이 후보에게 기대가 크다.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공판 기일 연기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이 후보가 첫 외부 일정으로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나선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제에 방점을 찍으면서 중도 확장에 공을 들이는 행보다. 앞서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직후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간담회를 여는 등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힘을 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제단체장으로는 최태원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한주 총괄정책본부장, 진성준 정책본부장, 조승래 공보단장, 김원이 국회 산자위 민주당 간사, 강준현 정무위 민주당 간사, 정태호 기재위 민주당 간사 등이 함께했다.

이날 경제5단체는 이 후보에게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기업 현실에 맞는 유연한 정책을 주문했다. 이들은 AI, 신산업, 통상, 노동 등 4대 분야 14개 과제를 담은 '대선 제언집'을 전달하며 실현 가능한 제도 설계를 강조했다.

손 회장은 현행 근로제도 경직성을 지적했다. 그는 "주 4.5일제나 주 52시간제는 산업 현장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특히 첨단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된다"며 "1주 단위 연장근로 제한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60세 법제화 이후 조기 퇴직이 늘고 청년 채용이 위축됐다"며 획일적 연장보다는 재고용 등 탄력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진 발언에선 경제 성장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제언도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저성장 고착화를 우려하며 외연 확장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언급하며 항공우주·로봇·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기업 승계 문제도 제기됐다. 최진식 회장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60%는 기업 지속 경영을 어렵게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의 조정을 요구했다. 통상환경 변화와 관련해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업계 피해를 언급하며, 정부의 전략적 대응과 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경제계가 노동과 조세, 통상 등 주요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을 요구한 자리였다. 기업들은 일관되게 유연성과 실효성을 갖춘 현실적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이 후보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12일에도 국회에서 손경식·김기문·송치영 회장 등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경제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앙선대위 직능본부 주관 민생정책 협약식에 참석한 뒤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도 참여한다.

다음 날부터는 다시 지방을 찾아 '3차 골목골목 경청 투어'를 통해 민생 경제 행보를 이어간다. 9일엔 경북 경주·영천, 오는 10일엔 경남 창녕·함안 등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영남 지역을 찾는다. 앞서 이달 1일 강원에서 골목골목 경청 투어를 시작한 이 후보는 경기 북부, 전북, 충남 등을 거치며 지역의 민심을 샅샅이 훑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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