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3회 연속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이달 말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Fed의 신중 기조로 한은의 고민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5월 금리 인하에 여전히 무게를 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9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2월 0.25%포인트 내린 뒤, 4월 금통위에서는 연 2.75%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4월 금통위 이후 시장에서는 곧바로 5월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한은 금통위 역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5월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기에 있음을 강조했고,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Fed가 금리를 올해 들어 3회 연속 동결하고 당분간 인하 가능성이 없다는 신중한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은 금통위원들의 고민도 커질 수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Fed가 6월까지 동결을 이어갈 공산이 커지면서 5월 금리인하를 단행할 국내 통화정책의 부담이 일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상황 차이 때문이다. 하건형·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성장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반면 물가 재상승 리스크는 낮아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 Fed의 금리 동결 배경에는 관세 등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심리지표가 급격히 악화됐지만 실물지표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금리를 만약 내린다면 이는 선제적 조치가 될 것으로 봤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기 부진의 징후가 뚜렷하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로 역성장했다. 또 지난해 ▲2분기 -0.2% ▲3분기 0.1% ▲4분기 0.1%로 4개 분기 연속 전기 대비 0.1%를 넘지 못하는 등 저성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데 무게를 둔 결정이었다.
금리 인하 결정에 부담이 되는 고환율도 다소 진정된 상태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상대국과의 협상 상황에 따라 변동폭은 커지고 있지만 지난달 149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96.6원까지 떨어졌다. 윤 연구원은 "5월 인하 이후 8월 정도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에서는 어려운 국내 경기여건을 감안해 5월 빅컷(0.5%포인트 인하), 7월 연속 인하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한미 금리차 확대는 변수다. 가계부채 잔액은 올해 1월 감소했지만, 2월 3조931억원 늘며 다시 증가세 돌아섰고 3월(1조7992억원)과 4월(4조4337억원)까지 증가폭이 확대됐다.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으로 늘어난 아파트 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다시 줄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하반기 들어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엄정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자체 총량 관리를 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부담이다. 이번 미 Fed의 금리 동결로 한국(2.75%)과 미국(4.25~4.50%)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상단 기준)가 유지됐다. 5월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최소 2.00%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통상 한미 금리가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이 커지고, 원화가치가 하락해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환율 영향을 같이 고려하기 때문에 한국 금리를 낮추는데도 좀 영향을 받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금리 결정 당시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을 보지, 기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한은이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리 동결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아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경제주체의 소비·투자·고용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금융·부동산 부문으로 자금 쏠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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