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최근 일본에서 금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금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금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범죄 조직 등이 과거 밀수한 금괴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일본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 등 비화폐용 금의 지난 2월 수출액(속보치 기준)은 2811억엔(약 2조7000억원)으로 10년 전의 약 4.7배에 달했다. 반면 수입액은 50억엔으로 10년 전보다 40%가량 줄었다.
올해 2월 수출된 금의 양은 시장 가격으로 환산할 때 20t 규모에 해당한다. 2023년의 연간 수출량이 190t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빠른 속도로 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과거 '황금의 나라 지팡구(일본을 일컫는 말)'로 불릴 만큼 금이 풍부했지만, 현재는 주요 금 생산국이 아니다. 그런데도 금 수출이 늘어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금 수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2024년 11월 미 대선 이후 트레이더와 금융기관들이 뉴욕 상품거래소의 금 보관소로 금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왔으며, 최근에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금값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달 22일 현물 기준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본 내 금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이나 단체들이 이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분석했다.
과거 밀수입된 금괴가 수출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일본에서는 금을 수입할 경우 소비세 10%가 부과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밀수입 후 국내에서 소비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금을 판매해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 성행해 왔다. 특히 2014년 4월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된 이후 금 밀수 적발 건수는 급증했다. 2024년 금 밀수 적발 건수는 493건으로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일본 재무성 관세국은 "밀수된 금이 수출로 전환되고 있는 정황이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금을 수출할 때 입수 경로를 신고해야 하지만, 실제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어려워 밀수품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밀수 방지뿐만 아니라 불법 경로로 입수한 금이 수출되지 않도록 감시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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