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인도네시아의 한 주지사가 빈곤층 남성에게 복지 지원 조건으로 정관 수술을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서자바주(州)의 데디 물야디 주지사는 최근 연설에서 빈곤 남성이 정부의 사회복지 지원을 받는 전제 조건으로 정관 수술을 받도록 하는 구상을 밝혔다.
물야디 주지사는 11명의 자녀를 둔 부부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그들의 자녀 중 일부는 빵을 팔기 위해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면 낳지 말라"며, 소외계층 여성을 위한 출산 보조금도 '간이 주택' 건설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야디 주지사는 "가난한 집은 아이를 많이 낳지만, 부자들은 20억 루피아(약 1억6000만원)를 내고 시험관 시술을 하는데도 아이를 갖기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SCMP는 향후 식량 지원, 장학금, 공공 주택 등 다른 정부 지원 조건에도 정관 수술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정관 수술을 받은 남성은 50만 루피아(약 4만2000원)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물야디 주지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종교계, 전문가 모두 비판을 쏟아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 '나들라툴 울라마'의 고위 성직자인 촐릴 나피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슬람은 영구적인 불임수술을 금지한다"며 "빈곤은 가난한 이들의 출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고용 기회를 늘리는 것으로 막을 수 있다"고 썼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사회과학부의 술피카르 아미르 부교수도 "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빈곤은 가난한 가족의 생식권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정치인들이 빈곤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0년 당시 인적자원개발·문화 조정장관이었던 무하지르 에펜디는 빈곤 가정 간의 결혼이 인도네시아의 빈곤율을 높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비판받았다.
한편 논란이 된 몰야디 주지사의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자카르타 인근 위성도시에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자 몰야디 주지사는 "비행 청소년들을 직접 데려와 군사 시설에서 6개월간 훈련을 받게 하겠다"며 중국식 군사 갱생 프로그램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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