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 외교부는 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콘클라베에서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에게 축하를 전하며 바티칸과 '건설적 대화' 지속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티칸은 현재 중국이 아닌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중국은 이를 문제 삼아 바티칸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인이 새 교황으로 뽑힌 데 대한 논평 요청에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린 대변인은 이어 "바티칸이 새 교황 지도 아래 건설적인 정신에 따라 중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공동으로 관심을 가진 국제 의제에 대해 깊이 소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바티칸의 지속적 관계 개선을 함께 추진해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 산하 가톨릭 단체인 중국천주교애국회와 중국천주교주교단이 레오 14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메시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천주교애국회는 1957년 중국 당국 주도로 설립된 공식 가톨릭 단체다. 중국은 1951년 바티칸과 단교한 뒤 이 기구를 통해 국내 가톨릭 신자와 성직자들을 통제해 왔다.
중국은 종교에 대해 외국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 교황의 주교 임명권도 받아들이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직자를 임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교황청에 충성하는 성직자들이 탄압을 받아 많은 이들이 '지하교회'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중국 내 가톨릭 신자는 약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가 정부 승인 단체가 아닌 지하교회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하교회 신자들을 보호하고, 분열된 중국 가톨릭계를 하나로 묶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주력했다. 그 일환으로 2018년에는 교황청과 중국이 주교 임명권 문제에서 잠정 합의했다. 중국 정부가 교황을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고, 교황청은 중국 당국이 임명한 주교를 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합의는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공산당과 타협한 조치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후 2020년과 2022년에 각각 연장됐다. 작년 10월에는 4년 추가 연장이 이뤄졌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